2008년 2월 25일 월요일

떠나는 노무현 대통령...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이전 대선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선택했었다. 그리고 심각하게 실망했었다.
그리고 그가 오늘 떠난다. 정확히 말하면 오늘 자정을 기해서 이미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을 이양했다.

떠나는 사람에 대해서는 언제나 말이 많게 마련이고, 그가 잘했던 잘못했던 그동안 수고했다고 이야기해줘야 할 것 같은데, 이상하게 노무현 대통령에게는 그런 평가들이 없는 것 같다.

아무래도 MB의 빛이 너무 강해서 상대적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는 그늘이 지는 것이리라.

그동안의 국정운영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미숙한 모습을 많이 보였다.
대놓고 언론과 국민과 싸우기도 하고, 헌정사상 처음으로 탄핵소추라는 사태도 일어났었다. 결코 평탄하지 않은 생활이었다.

문제도 많았다. 경제는 거의 파탄 지경이 되버렸고, 사람들은 행정부를 불신했으며, 양극화와 지역별 불균형도 심해졌다.

그렇지만 그게 과연 노무현 전 대통령이 모두 이뤄낸 잘못일까라는 의문이 든다.

솔직히 노무현 대통령이 아주 뛰어난 대통령이 아니라는 사실은 인정한다. 그렇지만, 그가 그렇게까지 욕을 먹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는 열린 행정부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했고, 실제로 이전에는 그냥 얼렁뚱땅 넘어갈 수도 있었던 인사를 검증시스템과 인사청문회를 통해 문제가 있는 인사를 걸러낼 수 있는 기회를 열었다. 이번 MB정부의 장관들도 노무현대통령이 활성화시킨 검증시스템에 의해 걸러져서 낙마했다. 김대중 정부였다면 아마 정치적 거래를 통해 장관이 되고도 남았을만한 사람들인데도 이번에는 낙마한거다.

경제파탄의 원인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전적으로 있다는 인식도 잘못된거라고 생각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잘못한 것이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이미 김대중정부부터 우리나라 경제는 큰 문제를 안고 있었다. 이전 대통령들이 이미 망쳐뒀던 경제를 받아서 잘 봉합을 했으면 좋았을텐데, 이미 너무 망쳐져서 봉합할 수 없었던 상황이라 우왕좌왕 하다보니 문제가 커졌다는 것이 바른 인식이 아닐까한다. 결국 경제 파탄의 원인을 제공했다기보다는 경제파탄 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한게 노무현 대통령의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물론 실패하기는 했지만, 그는 학력과 정치적 능력만 중시되던 정부 인사시스템을 혁신하기 위해서 노력했다고 생각한다. 본인도 주류에 속한 사람이 아니었기에 그런 것이 가능했던 것이 아닐까? 물론 그의 시도는 실패했다. 비주류에 속한 사람들을 기용하려고 했지만, 능력없고 의욕만 앞서는 사람들이 많았고, 그들의 잘못으로 노무현정부는 크고작은 구설수에 휘말리기도 했다. 결국에는 이전과 같은 형태의 인선기용을 했고, 그것때문에 또 욕을 먹어야만 했다. 하지만 시도를 했다는 점은 높이 살 수 있을 것 같다.

다양한 부동산정책등 기존의 주류에 속했던 대통령이라면 할 수 없었던 시도들을 했다고 생각한다. 이런 법안들이 나중에는 수정되고 수정되서 너덜너덜해지고, 본래의 의도와는 다른 형태로 나타났지만, 시도했다는 것 자체는 인정을 해줘야 할 것 같다.


뭐.. 내가 노무현 대통령을 옹호하고 싶어서 그런건 아니다. 단지 모든 부분에서 잘못했다는 이야기만 나오는 것이 안타까워서 그래도 이 사람은 이런 일들을 했다는 것을 이야기해서 균형을 맞추고 싶어서다.

다시 글을 보니, 결과가 좋았던건 별로 없고, 다들 시도가 좋았던 것만 있는 것 같아서 좀 씁쓸하기도 하다.

떠나는 사람에게 그래도 잘했고, 잘 참으셨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본인도 얼마나 힘들고 마음이 무거울까하는 생각도 있고... 우리가 아무말 하지 않아도 자신의 부족한 부분과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본인이지 않을까?

5년동안 대통령으로서 수고하셨으니 그 수고만큼은 인정해주고 싶다.


댓글 2개:

  1. 감사합니다. 지지자로서의 입장정리를 저도 해 보았는데 트랙백이 안 걸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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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미리내 - 2008/02/25 10:16
    아. default로 트랙백이 off로 설정되어 있었나봅니다. 이제는 트랙백이 걸릴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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