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소설가가 꿈이었던 적이 있다. 글자를 연결해서 하나의 단어를 만들고, 단어에 의미를 부여하고, 보는 이에게 감각이라는 것을 불러일으킨다는 것.. 그것은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행위라고 생각했었다. 내 안에 있는 신을 닮고 싶은 본능은 종교보다도 글쓰는 것을 선택하게 했다.
여드름이 한창이던 그 시절에는 나름 진지한 삶의 고민들을 시와 글에 담아내려고 노력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저 유치한 장난에 불과하지만, 그때는 내가 글을 쓸 수만 있다면 세상을 구원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이제는 내 감정을 글로 표현하는 것이 점점 힘들어진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성찰하고, 파고 들어갈 시간과 여유가 사라진거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때 그 시절에는 생각의 깊이가 얕아서 쓸 글이 없었는데, 이제는 시간과 여유가 사라져서 쓸 글이 없다.
앞으로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점점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고민하고, 신경써야 할 일들은 늘어나기만 할 것이다. 아마도 글을 쓰면서 인생에 대해 사색하고, 내 이상과 현실과 존재에 대해서 고민할 여유는 점점 없어지겠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만큼 나이가 들어가고 있는거니까..
지금 다시 소설가를 꿈꿀 수는 없을꺼다. 아니 꿈꾸고 싶지 않다. 그저 어린 시절의 추억 중 하나로만 간직하고 싶다. 어쩌면 나이가 들어서 프랑스의 누군가처럼 나이가 들어서 모든 일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되면, 그때 다시 글을 한번 써보고 싶다.
어쩌면 그때는 정말로 내 글로 세상을 구원할지도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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