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3월 27일 화요일

군대 시절 상사의 전화..

어젯밤 느닺없이 걸려온 전화 한통...
지직 거리기도 하고, 알아듣기 힘든 영어로 누군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대충 대답을 해주면서도 "어떤 애가 전화번호를 잘못 눌렀나보다."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근데 자꾸 "Hey, Kim~. Don't you remember me?" 이러는거다.
내가 어떻게 기억을 하겠냐? 더구나 영어로 이야기하는 놈이랑은 목소리만 듣고도 기억을 할만큼 친하게 지냈던 놈이 없었기 때문에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한참을 생각했더랬다.

그랬는데 그넘 하는 말...
"I was your first sergeant in Busan. 61st chem." 이러는거다. 그제서야 모든게 기억났다.
그랬다. 그넘은 내가 군 생활 할 당시에 우리 중대 일등상사였던 것이다.

(나는 카투사로 제대했고, 부산의 화학중대에서 근무했었다. 훈련도 많고, 카투사도 많고, 일도 많은 중대였고, 일등상사는 장교를 제외하고는 우리 중대의 제일 높은 놈이었다. 한국군으로 말하자면 행보관정도라고 할까? 게다가 난 선임병장으로 카투사에 관한 행정적인 일처리를 많이 했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이놈이랑 부딪힐 일이 많았었다.)

제대한지 벌써 3년이 넘었는데, 그넘은 아직 내 전화번호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휴가라 부산에 왔다면서 나보고 너 어디있냐고 물어보더군..
뭐 서울에서 공부하고 있다고 그랬더니, 그넘 하는말.. "너 아직 대학 졸업 안 한거냐? 너 제대할때 1년만 하면 졸업한다고 그랬잖아."
그래서 뭐 "대학은 졸업했고, 대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다."라고 해줬지.

그리고 몇 마디 대화가 오고 간 후에 전화를 끊었다.

그넘은 왜 나한테 전화를 했을까?
사실 그넘이랑은 별 추억도 없고, 같이 놀지도 않았었는데... 우연히 생각이 나서였을 수도 있고, 오랜만에 한국에 오니 연락할 사람이 없어서였을 수도 있고..

근데 3년이나 지난 후에 기억도 잘 안나는 넘한테 전화를 받았음에도 기분은 좀 좋았다.
나를 기억했다는 점도 그렇고, 그 전화 한통으로 군 시절 괴로웠던 훈련의 기억들이 살아나서....
그 당시에는 너무 괴로웠지만, 지금은 그때도 즐거웠는데.. 라는 생각이 들더라..

여하튼 전화기 고치면 다시 전화한다고 그랬는데, 전화 오면 이야기나 좀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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