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기사 : '시골의사' 박경철의 '국민연금 궤멸론'
시골의사 박경철씨의 '국민연금 궤멸론'이 기사로 소개되었다.
확실히 맞는 말이다.
결국 국민연금의 주식시장 진입은 수익율 때문이라기보다는 증시부양의 목적이 강하다.
미래의 수익을 담보로 현재 주식시장을 부양하는...
결국 내가 국민연금을 탈 때쯤이 되면 국민연금은 공중으로 사라질 가능성도 높다.
무너질 것 같은 집에 기둥을 하나 세워서 옹기종기 잘 살고 있었는데, 어느날 기둥을 빼야 하는 상황이 오면 집은 그냥 무너지는거지..
국민연금을 세금으로 생각하고 있기는 했지만, 이 글을 읽으니 섬뜩해진다.
국민연금을 내시는 분이라면 한번쯤은 읽어보실만한 글인 것 같다.
다음은 글 전문 (저작권은 박경철씨에게 있으며, 요청이 들어올 시 바로 삭제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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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의 주식시장 비중확대를 생각한다
국민연금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로 했다. 국민연금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다. 물론 그 말은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하필 이시점에서 투자액을 늘린다는 발표가 순수하게 수익률 때문이라는 것을 믿을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아무래도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로 인해 발생한 수급공백을 국민연금이 메우려는 것이 본래 목적이라는 말에 더 수긍이 간다.
어쨌건 국민연금은 앞으로 지속적으로 연금적립액이 확대되어 최대 2000조가 훨씬 넘은 수준으로 늘어 날 것이고, 발표대로 그중에
40%를 주식시장에 투자한다면 물경 800-900 조원 이상의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유입된다는 뜻이 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시가총액 규모가 800조 남짓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실로 엄청난 금액이 아닐 수 없다.
그렇게 놓고보면 국민연금의 주식시장 유입은 외국인 투자자가 모두 우리나라 주식을 팔고 떠난다고 하더라도 주식시장을 충분히 상승시킬 수 있는 힘이 있다는 뜻이 된다,
이것은 결국 국민연금을 믿는다면, 우리나라의 주식시장은 정말 장기투자를 하면 무조건 이익을 낸다는 말과도 다르지 않다.
그점에서 주식투자자들이 국민연금의 주식시장 투입을 반대할 이유는 전혀 없다, 그리고 국민연금이 주식시장에서 손해를 볼 가능성도
제로다, 앞서 말한대로 연금의 자금력 자체가 이미 주식시장을 장기적으로 지금보다 두 세배 상승시키고도 남을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식투자자가 아닌 국민연금 가입자의 입장에서는 과연 이것이 득이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보면 약간 고약한 답이 나온다.
주식에 투자해서 주식가격이 오른다면 당연이 득이 되어야 하지만, 진실은 그렇지 않다는데 큰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유는
국민연금과 같은 거대 기관투자자의 자금은 시장에서 프라이스 테이커(Price Taker)가 아니라 프라이스 세터(Price
Setter)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국민연금과 같은 거대자본이 시장에 투입되면 그 자체로 가격을 밀어 올린다. 즉 가격을 올리는 세터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이 자본이 들어오면 올수록, 지분율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가격은 더욱 상승한다, 그리고 그 자본은 높은 장부상의
수익률을 기록하게 된다, 물론 장부상으로만 그렇다, 하지만 문제는 이 자금이 투자금을 회수 할 때이다, 프라이스 테이커는 주식을
샀다가 연금이 밀어올린 고점에서 이익을 내고 팔고 떠나는 투자자가 되자만, 세터는 자신이 공을 받아 올리지 않으면 공이 땅바닥에
떨어져 버린다,
즉 국민연금과 같은 대규모 자금이 시장에 투입되면 그 자금이 시장에 머물러 있을 동안에는 시장이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지만, 이 자금이 시장에서 빠져나가면 시장은 급격히 하락하게 된다는 뜻이다. 이때 올라간 시장에서 이익을 취하면 테이커고,
자신이 팔면 주가가 하락하는 투자자는 세터다.
고래 한 마리가 연못에 들어가 있으면 수면이 높아지고 거기에는 배들이 떠 다닐 수 있다.
물론 수면아래 고래가 들어있던 아니던 수면만 높다면 그것은 상관이 없다, 일단 수위가 배를 띄우기 충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래가 빠져나가면 그 연못은 금새 바닥을 드러낸다, 이렇듯이 연금이 투자하고 있는 동안은 장부상의 이익을 내고 있을
터이지만, 연금이 빠져나가는 순간부터 장부상의 이익은 빠른 속도로 감소하고, 연금이 자금을 절반만 회수해도 시장은 아비규환에
빠지게 된다, 높은 수면만 보고 배를 띄웠던 행락객들이 덩달아 바닥에 곤두박질을 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2040년대 중반이면 고갈 위기를 맞는다,
이 말은 그 훨씬 이전인 연금이 정점에 이르는 순간부터 투자금을 회수해서 지급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연금의
구조가 일반적인 기금처럼 이미 축척된 자금을 굴려서 난 이익으로 배당하는 실적 배당형이라면 문제는 다르다, 이때 고래는 늘
연못에 머무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정점에 이르는 순간 (연금 수급자가 타가는 돈이, 연금 납입자가 내는돈 보다
많아지는 순간) 투자한 자산을 팔아서 그 돈을 지급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지급한 돈이 모두 바닥을 드러내는 시점이
2040년대의 어느 날이 될 것이다,
문제는 주식시장에 투자한 연금이 수익률을 세배나 올려서 보유 주식의 평가액이 2400 조가 되었다고 가정하자, 그렇게되면
전체 국민연금은 총 3600조가 되고, 연금고갈 시점이 훨씬 뒤로 미루어 질 수 있다는 것이 단순 계산이다, 하지만 아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장부가치일 뿐, 금고에 들어 있는 돈이 늘어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장부가치가 아무리 많아도 그것이 설령 5000조, 6000 조가 된다해도, 보유자산을 팔아야 하는 시점은 마찬가지다,
오히려 현금을 보유하기보다 부동산이나, 주식에 투자한 비중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것을 팔아야 할 시점은 당겨진다, 당장 지급할
돈을 마련해야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프라이스 세터가 파는 자산은 우주선의 귀환보다 빠른 속도로 가격이 떨어진다, 잉어나 메기가 고래를 대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07년에서 2008년 사이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자신들의 보유지분을 10%정도 줄였을 때, 우리나라 증시는
무려 30%가 하락했다, 그것도 그나마 국민연금이라는 새로운 고래가 등장해서 그것을 받아주는데도 그렇다,
자산 유동성(Asset Liquidity) 관점에서 만약 국민연금이나, 적립식 계좌가 없었다면, 외국인 투자자는 절대 이런식으로 한국시장을 떠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들은 미국발 금융위기에 몰려 엄청난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싼값에 주식을 되팔아 떠나던지, 급박한 자금이 아니라면
한국시장에서 그런 식으로 일거에 자금을 회수 할 방법은 없었던 것이다. 결국 고래는 폭풍우가 몰아치고, 물이 넘치는 순간에야
탈출이 가능한데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에 적립식계좌와 국민연금이라는 튼튼한 다른 고래가 시장을 받쳐줌으로서 그들은 안심하고
한국시장을 떠날 수가 있었던 셈이다.
논점은 다르지만, 같은 맥락에서 지난 2007년까지 상장기업의 지분을 5% 이상 보유한 자산운용사들이 우후죽순처럼 나타났지만, 정작 이들이 보유했던 주식들은 보유지분의 1/3도 줄이기 전에 모두 반토막이 나버렸다.
그것도 일종의 프라이스 세터의 비극이다. 그래서 투자자들은 운용사의 매집이 시작되면 특정 운용사의 보유지분이 5% 이상을
넘기 시작하면 경계를, 10%가 넘어가면 매도를 하는 것이 정석이다, 물론 외국인 투자자와 같이 동질성이 있는 다수의
투자기관들이 불균등한 매집을 했을 경우에는 종목보다는 시장 전체의 흐름과의 연관성을 주시해야 하지만 개별종목이라면 그렇게 된다.
그래서 우리나라 규모의 시장이라면 소수의 자산운용사로 자금이 편중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같은 맥락에서 국민연금의 투자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어느 시점에서 국민연금의 매도가 시작되면(그것은 필연이다), 주가는 빠른 속도로 하락하면서 그 순간부터 우리는 잔뜩 길어질 것으로 알고 있던 국민연금의 고갈시점이 점점 빨라지는 것을 실시간 뉴스로 지켜보게 될 것이다.
때문에 필자도 2006년도에 발간한 필자의 책에서 국민연금의 공격적인 주식투자 비중확대를 예상한바 있고, 그것이
주식시장을 강화 할 것이라는 논지를 편 적이 있지만, 그것은 투자자의 입장에서 프라이스 테이커가 되어 이익을 취한다면 그렇다는
뜻이지, 국민연금의 입장에서 무모하게 투자한 결과가 좋을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었다.
어쨌건 이런 비극적인 시나리오가 나타나지 않으려면 두 가지 전제가 있어야 가능하다,
하나는 우리나라 국민소득이 5만불 정도로 성장해서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이 성장하는 것이 당연한 과정으로 진행될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나라 기업들 중에 국민연금이 보유한 우량기업들이 초특급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서 전세계 거래소에 동시상장이
됨으로서, 국민연금의 매도를 글로벌 시장에서 충분히 받아 줄 수 있는 상황이 전개되는 것이다.
만약 이 두 개의 시나리오를 확신 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면, 국민연금의 주식투자는 준조세성격의 가격결정권을 가진
공기업(예. 한국전력)의 주식이나, 다우 30이내에 드는 종목, 혹은 그에 준하는 S&P 500 에 드는 수준의 기업
외에 일반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이론적으로 자살행위다.
그래서 지금 우리는 국민연금이 주가가 하락할 경우 손해를 입지 않겠는가..라는 일차원적인 고민이 아니라, 연금투자가 가진 성격을 제대로 이해하고 투자의 방향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참고로 우리나라를 제외한 다른 나라의 속칭 연기금들의 대부분은 일정자본을 투자한 후 배당수익이나, 기타 수익으로 운용되는 것이지, 근본적으로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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