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5월 30일 금요일

5/29 광화문 시위 참가 후기

관련 기사 : "한나라당, 이정도면 만족... 떼쓰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어" from 오마이뉴스


어제 청계천 시위에 참여했었습니다.
9시 30분정도부터 11시 30분정도까지 2시간 정도를 청계광장과 광화문에 있었습니다.

마누라와 시위하는 사람들과 같이 구호를 외치기도 했고,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기도 했고, 전경들과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은 우왕좌왕 하더군요. 배후가 있다면 그렇게 하지 않고 하나의 목적을 향해서 달려갈텐데 말이죠.
배후가 있다면 사람들끼리 토론하고 그게 잘못된거다. 그렇게 하면 안된다 등등의 말을 하지도 않았겠죠.

광화문 시위 도중에 누군가가 "청와대로 갑시다"라고 외쳤습니다. 몇명은 그 말에 따라 청와대로 가겠다고 앉아있다가 일어나기도 했었죠.
하지만 바로 "청와대로 가면 안됩니다. 가지마세요"라는 소리가 들리고 사람들은 가야 되는지 말아야 되는지 웅성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배후가 있다면 그렇게 안 했겠죠. 조직적으로 시위대를 이끄는 사람들이 있었겠죠.

조중동이 이야기하는 배후를 한번이라도 봤으면 좋겠습니다.

어느 단체에서 나와서 방송차량으로 뭐라고 이야기를 하니, 사람들이 가서 막 따졌습니다.
당신은 어디 소속이냐? 왜 그런 이야기를 하느냐?
조직적인 배후가 있다면 그런 상황이 벌어지겠습니까?


한나라당의 이한구 정책위 의장이라는 분은 농림부 장관의 소고기 고시에 대해
"일반 국민들은 정부 대책이 나오면 '그만하면 됐다'고 할 것이다. 계속 떼 쓰는 사람들은 원래 다른 목적이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
라고 했다고 합니다.

신문은 조중동만 보시는 것 같군요. 일반 국민들이 시위에 나와서 외치는 소리는 안 들리나보군요. 귀가 먹어서 조중동 신문만 글로 보시는 것 같습니다.

시위 대열에서 상당히 흥미로웠던 점은 젊은 부부들이 아이들을 업고, 안고, 무등 태우고, 유모차를 끌고 나온 모습이 많이 보였다는 점입니다.
시위대가 들고 있던 문구 중 하나는 "아이들이 무슨 죄냐 우리가 지켜주자" 뭐 이런 식의 글이었습니다.(정확히 기억이 안나네요..)

정말 자식을 생각한다면 반대해야겠죠.

아이까지 업고 나와서 시위하는 사람들, 예비군복을 입고 나와서 시위하는 사람들, 야근하고 나와서 시위하는 직장인들을 계속 떼쓰는 사람으로 만드시고,
그들이 무슨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하시는데, 다른 목적은 뭔지 좀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나가겠습니까? 우리도 피곤합니다. 야근하고 집에 가서 쉬고 싶습니다.
근데 그 마음을 접고 시위현장에 갑니다. 왜 갈까요? 우리가 누군가의 조정을 받아서 그런걸까요?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당신은 즐~~ 입니다.

떼쓰는 사람의 하나로서 제가 가지고 있는 목적은 하나입니다.

"고시 철회, 협상 무효"

아니 그것보다 근본적인 목적이 있군요.
 
"이명박 정부는 귀를 열고 국민의 소리를 들어라"


예전에 그냥 장난삼아 이민 갈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데, 이제는 심각하게 고민해봐야겠습니다.
이 나라는 최악입니다.

대통령은 귀가 먹고, 고집만 쎄고, 정치인들은 시민들의 분노에 찬 목소리를 정쟁의 도구로만 활용하고..
이대로 간다면 더 큰 시위가 일어나고, 더 큰 국민의 분노에 직면할껍니다.

참고로 어제 광화문에 모인 인원은 월드컵 때 시청 광장에 모인 사람들만큼 모였던 것 같습니다.
물론 일일이 다 세보지는 않았으니 딴지 걸면 즐~~~


p.s. 한가지 짚고 넘어갈 점.
시위대가 도로를 점거해서 불법 시위라고 하시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면 시위대가 도로를 점거하고 싶어서 한걸까요? 아니면 경찰이 그렇게 만든걸까요?

광화문을 보면 어제 저녁시간때부터 전경들이 닭장차로 도로를 조금씩 막기 시작했습니다.
밤이 되니 아예 도로를 다 막아버리더군요. 어제 9시 조금 넘어서 광화문 사거리는 시위대가 모이지도 않았는데, 이미 사방의 도로가 다 막혀 있었습니다. 횡단보도도 닭장차로 막아버려서 도로를 가로질러 건너 갔었습니다.

시청쪽에서 온 시위대들은 대부분 인도로 왔습니다. 앞에는 "통행에 불편을 드려서 죄송하다"는 문구를 들고 인도로 다녔습니다. 근데, 광화문 근처에 왔는데, 전경들이 길을 다 막아 버렸습니다.
거기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죠. 근데, 사람들이 많이 오는데다가 도로는 막혀서 차는 없고, 도로는 텅텅 비어있고..
그래서 사람들이 도로에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자.. 과연 시위대가 먼저 도로를 점거했을까요? 경찰들이 그렇게 하도록 만들었을까요?

댓글 2개:

  1. 저도 다녀오긴 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한 목소리에서 여러 목소리가 되더군요.

    하나의 군상을 보리라 상상했었는데 안타깝기도 하고... ^^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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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두리모~ - 2008/09/07 04:07
    맞습니다. 언제나 이런 현상이 발생할때는 그걸 기회로 여기고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목적인지, 어떤 행동을 할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그들도 그들 나름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거기 때문에 존중하고 들어주려는 노력은 해야 할 거 같습니다.



    다들 너무 자기 목소리 내기에만 바빠지는 것 같아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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