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2월 4일 일요일

사진... 열정.... 장비....

지금까지 변변한 취미 하나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했던 나는 언젠가부터 '사진'이 취미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독서, 음악감상 등 그저그런 취미보다는 사진이 취미라고 하는 것이 더 폼나보여서였는지도 모른다.

처음에는 남들도 다 하나씩 가지고 있는 디지털 카메라니까 나도 하나 가지고 싶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던 것 같다. 후지필름의 파인픽스 6800을 처음 사들고 그 기능을 익히느라 정신 없이 지냈었다. 그 당시만 해도 사진을 어떻게 찍을지, 어떤 모습을 담을지에는 별 신경을 안 썼던 것 같다. 모양이 특이하긴 했지만, 사진은 그런데로 잘 나오는 그 기계를 들고 다니면, 사람들이 좀 신기하게 보는 것을 즐겼던 것 같다.

그러면서 이러저러한 카메라를 거쳐서 미놀타 A1을 사용하게 되었다. 어쩌면 이때부터 본격적인 사진찍기에 돌입했던 것 같다. 그 카메라를 들고 여기저기 다니면서 사람들 사진도 찍고, 풍경 사진도 찍으면서 '사진이 뭘까?'라는 고민도 했고, 좀 더 그럴싸한 사진을 찍기 위해서 연습도 하고, 책도 읽었었다.

그러다 남들이 다들 좋다고 이야기하는 DSLR을 사게 되었다. 나름대로 큰 돈을 들여서 미놀타 5D를 구입하고 그렇게 행복했던 것 같다. 그것만 있으면 A1에서 할 수 없었던 것도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사진이 바로 몇단계 업그레이드할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아무리 찍어도 안되는 것도 많고, 답답해질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결정적인 순간을 놓치고, 노출을 못 맞추고, 구도는 어긋나고...
게다가 바빠지면서 사진을 제대로 찍으러 갈 시간도 내지 못했다.

내 사진은 점점 이상해졌다. 10만원짜리 디카보다도 못한 사진들을 볼때마다 비싼돈 들여서 뭐하나? 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과연 내 취미가 사진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나는 뭘 찍고 싶은거고, 뭘 담고 싶은건가? 내가 원하는 사진은 내가 만족하는 사진인가? 남들이 보고 좋아할만한 사진인가? 라는 생각도 하기 시작했다..

장비만 갖춰지면 실력이고 사진을 보는 눈이고 모두 다 별책부록처럼 따라 올꺼라고 믿었던게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면서 조금씩 사진에 대한 생각들을 바꿔가기 시작했다.

여러 클럽의 사진 게시판에 가면 아마추어라고는 믿기지 않을만큼 멋지고 황홀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의 사진을 볼때면 이제는 '어떤 장비를 사용했을까?'가 아니라 '무슨 생각으로 이런 사진을 찍었을까? 이 사진을 찍을때는 어떤 마음이었을까?'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생각하다보면 그 사람들의 사진에 대해서 내 나름대로 정리가 되는 것 같다.

그런 단계를 거치다보니 나는 결국 가족 사진사 정도의 수준이상은 올라가지 못하겠다는 나름의 결론을 가지게 되었다.
풍경보다는 인물이 좋고, 내 프레임 가득 들어오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나를 황홀하게 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때로는 너무 꾸미지 않아서 다른 사람들 눈에는 이상하고 촌스럽게 보일때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모두가 소중한 순간이고, 소중한 모습이다. 내가 원하는건 바로 그거였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화면 가득 담아두는 것. 내 기억의 연장으로 순간을 기록하는 것... 그것이 내가 원하는 사진이었고, 내가 원하는 취미였던거다.

이제는 아마도 장비에 목숨거는 단계는 지난 것 같다.
플래쉬도 허접하지만 갖췄고, 삼각대도 허접하지만 있고, 렌즈도 헝그리지만 나름대로 화각에 맞춰서 보유하고 있으니 더 바랄게 없을지도 모른다.

앞으로 남은 숙제가 있다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더 잘 담아두는 것. 그 순간을 더 잘 포착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더 연습해야겠지..

장비에 대한 열정을 프레임에 대한 열정으로 바꿔야할 순간이다.

댓글 1개:

  1. 난 마작한다 그러면 도박한다고들 그런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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