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면 나는 그리 뛰어난 학생은 아니었던 것 같다.
언제나 자신감 가득한 말과 눈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갔지만, 실상은 불안과 답답함을 뒤에 숨기고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잘난게 뭐지? 나는 뭘 할 수 있지? 내가 무슨 능력을 가지고 있지?'
이런 고민들은 철들고 난 후 내 머리 속 한켠에 언제나 있었다.
그나마 남들에게 지기 싫어하는 성격에 머리에 새겨질때까지 외우는 노력을 더해서 서울대에 들어왔었지만, 그 이후 나는 더 의기소침해서 방황했던 것 같다.
군대에 갈때까지 내가 했던 고민은 '과연 진리라는 것이 있을까? 나는 도대체 어떤 인간인가?'였다.
그것 말고는 다른 고민들은 하지 않았었던 것 같다.
남들 다하는 여행, 동호회활동, 넓은 인간관계등은 일찌감치 나와는 상관없는 일로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쓰잘데기 없는 말과 시시껄렁한 농담으로 채워진 술자리만 가졌었다.
제대를 하고, 다시 학교로 돌아왔고 나이도 먹었지만 그 상황, 그 버릇은 쉽게 고쳐지는게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있다.
나를 아는 사람들은 내게 '너는 능력이 있고 뛰어난 사람이다. 니가 앞날을 걱정하는건 사치다. 뭘 그리 걱정하냐?' 라는 말을 한다. 그 말을 들을때면 마치 난 뛰어난 사기꾼이 자기가 벌인 사기행각이 들킬까봐 전전긍긍하는 것처럼 어쩔 줄을 모르겠다.
내가 어떤 인간인지 나는 아직 답을 가지고 있지 않고, 내 능력에 대한 자신감도 잃어버려 바닥을 향해서 달려가고 있는 상황인데 사람들의 그런 말들은 나를 더 답답하게 만든다..
이제는 자신감조차 가지기 힘든 상황에서 나는 이제 변명꺼리를 찾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이런 상황들이 지금까지 나를 방해했고, 그래서 난 지금 이정도 밖에 못한다고...
그런 변명꺼리를 찾고 있는 나를 볼때마다 조금 혐오스럽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불쌍하기도 하다.
다른 종류의 자신감을 가지려고 노력해봐야겠다...
개인적으로 남녀를 포함해 외유내강 보다는 내강외유가 인간미 넘치고 끌리는것 같습니다.
답글삭제무언가 몽환속 해답을 찾기위해 사진에 심취하시는 분들도 주변에서 몇몇
찾아보게됩니다. 자기표출이라고 해야할까요. 그러다 보면 피사체에 목마른
상황까지 도달하게 되고, 결국은 삶의 단편이라고 하는것중 가장 큰 비중은
죽을때까지 끊임없이 자신에게 묻는 질문만이 남는것 같습니다.
" 뻔한거 이젠 웃어야지~ 털어버리자~ " 라고 생각하면서도 어느새에
또다른 질문에 해답을 찾고 있으니... 굴레란 이런것인가요... ^^
@두리모~ - 2007/01/28 07:01
답글삭제제가 사진을 시작하게 된 이유도 그런 것이었던 것 같습니다. 피사체에 좀 더 집중하게 해주고, 더 알아가려고 노력하게 해주는 그런 매력이 저를 사로잡았던거죠.
질문이라는건 하면 할수록 갯수는 줄어들고 깊이는 깊어지는 것 같습니다. 결국 남는건 몇개 안되지만 그 질문의 무게는 점점 더해가는거죠.
굴레라... 적절한 표현이신 것 같네요..